나이 50에 다니던 직장에 갑자기 사표를 내고나니
같이 일하던 간부들이 자꾸 집으로 찾아오는 통에 매일 술이나 마시게 되고
아는 사람들이 왜 그만 두었는지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며칠 서울을 떠나있을 요량으로 태백으로 갔다.
이참에 산이라도 마음대로 갈수있으면 한달 정도는 산에 들어가 살고 싶은데
다리가 말을 안들어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산 가까이로만 간다
올해 5월부터 족저근막염이라는 것이 생겨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에 다니면서 뼈주사도 맞아보고, 물리치료도 몇달이나 받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
깔창도 해보고, 보호대도 해보고, 스틱도 의지해보고, 질경이도 삶아 먹어도 안된다
누구 좋은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사람이 많은 주말을 피해서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선다
태백으로 가는 길에 신림에서 국도로 접어들어 주천면을 지나가는데
코스모스가 보기좋게 피었다
미리 예약한 태백산 고원휴양림은 여름철 휴가기간이 지나선지 무척 조용하다
내가 여기서 묵었던 5일 동안 매일 5-6가족 정도는 묵고 가는 것을 보니
요즘은 휴가철이 따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는 처음 갔는데 통나무집 포함 약 20동 정도가 있었다
하루를 자고는 검룡소와 매봉산을 둘러보기로 한다
검룡소는 입구에서 약 1Km정도 짚차가 다닐수 있는 정도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대덕산 오름 갈림길
물은 쉴세없이 솟아오르고 또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북한강의 발원샘은 오대산이다

단풍사이로 남한강물이 흘러간다

삼수령에 올라 조형물을 둘러보고 정자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매봉산 인지 천의봉인지는 늘상 말이 많고....
매봉산을 오르다 보면 삼수령목장을 지나서 낙동 정맥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석이 보인다

숲속길이 끝나고 갑자기 눈앞이 트이고 풍력 발전기가 보이고 고랭지 배추밭이 나타난다
올해는 배추값이 매우 비싸다던데 여기는 벌써 다 뽑아갔다
태백이나 정선등의 강원도 배추밭은 거의 출하가 끝나 있었다
오랫만에 정상석에서 다리를 받치고 사진을 찍는다
요번 태백 영월 정선 산행에서는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함백산 방향

금대봉 방향

출하가 끝난 배추밭

오늘은 정암사와 금대봉을 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철암역 앞에 예전에 보던 석탄산이 아직 있다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중에 하나인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을 찾아간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절로서 대웅전에 부처님이 없다
올려다 보이는 수미탑이 아름답다

무엇이 그토록 간절한지 아줌마들이 이 탑을 돌고 또 돈다


두문동재 옆의 돌탑

자연 생태 보전지역이라 길 양옆으로 줄이 쳐져있다

다리가 아파서 잘 다니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쓸쓸 올라왔다

두문동재에서 태백으로 내료오면서 둘러본 산은
서서히 물이 들어간다

마침 정선에 정선 아리랑 축제가 열려서 둘러보러 가는 길에
화암약수를 지난다
산행을 다니면서 대부분의 약수를 먹어보았지만 이 화암약수도
다른 약수와 마찬가지로 철분이 많아 가스빠진 사이다맛에
약간 비리다
그래도 몸에 좋다니까 페트병에 담아온다
정선 읍내는 온통 축제다
정선5일장도 둘러본다
요즘도 5일장이 서는 것이 신기하고 정선5일장은 제법 크고 온 시내가 다 장터다
2일과 7일이 장날인데 구경거리가 많다

전국노래자랑도 구경했다
제대로된 아라리를 들어볼려고 경연대회를 처음부터 모두 보았는데
솜씨들이 보통이 아니고
나도 나이가 있는지 듣고 있으도 지겹지 않고 다리 장단이 맞추어 진다

대회중에 "율"이라는 퓨전 국악팀의 공연이 있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5일장터에도 아리랑 공연장이 있었는데 전수자들이 공연을 하는데
정말 좋았다

시간도 많고하여 어릴때 내가 살던 곳을 찾아 보기로 했다
내가 10살이 되기전에 2-3년 강원도 도계라는 곳에서 살았다
가난한 아버지는 시골에서 조그만 농사짓기보다는 탄광에서 일하기로 하고
식구들을 데리고 이 산골로 들어 왔다
산우 중에서 알고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스위치백 철로가 있는 그곳이 나한정역이고
(철로의 고도차이 때문에 기차가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간다)
우리식구는 나한정 역에서 이어지는 계곡 깊은 곳에 있는 탄광위에 살았다
40년이 넘어 다시 찾아온 나한정역
나는 먼 남쪽고향에서 가난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느날 새벽에 이 역에서 내렸다

나한정 옆 뒤로 신작로를 건너 2km정도 올라가면 탄광이 있었고 그 탄광에서 우리집은 더 위에 있었다
그런데 탄광촌은 흔적도 없어지고 도로공사 흙 보리는 곳으로 변했다
옛날에는 여기가 탄광이 있었고, 사택도 있어서 제법 사람이 많이 살았었는데....
옛날에 집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에서 건너편 산을 본다
탄광위에 살다가 한동안은 도계 흥전리에도 살았다
왼쪽에 보이는 흥전교회 뒤 언덕위에 집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철거되고 집터만 남아있다
그 옛날에는 여기도 무척 활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영월에 있는 김삿갓의 흔적을 따라 가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정선 어느 고개마루터에는 노인네 둘이 사는 조용한 집이 있다

김삿갓의 유적지에는 묘소, 살았던 집, 문학관 등이 있어 좋은 방문처였다

이런길을 따라 1시간 가량 올라가야 살던집이 나온다
옛날의 김삿갓은 좁은 냇길을 따라 올라 다녔겠지만 오늘의 게으른 사람들이 길을 내어 놓았다
영월 읍내에서 집까지가 30-40리는 되었을 진데
내가 본 밤나무 중에 가장 오래된 밤나무
김삿갓이 살던집 조금 아래에 있는데 둘레가 4-5m는 충분히 되었다
김삿갓도 분명 이 밤을 줏어 먹었을 것이다

산 아래에 입구에 있는 묘소
내가 알기로는 구인사가 오래된 절이 아니고 최근에 지은 아주 큰 절로 아는데
지금도 대대적인 공사로 소백산 계곡에 시멘트 범벅이다
온 계곡을 덮고있는 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하느님은 다락방에서 하는 기도를 들어시고
부처님도 가난한 여인네의 보잘것 없는 촛불이 마지막까지 남아 타는 것을
흐믓해 하셨는데
오늘의 종교들은 이토록 집크기나 신도수나 제 자랑에 맛들어 가니.......


돌아오는 길에서 본 조와 콩과 마른 옥수수와 가지만 남은 고추밭

이번 여행은 다리때문에 산행은 제대로 못하고 여기저기 구경만 다녔다
빨리 다리가 나아야 할텐데......
그래도 민둥산 정도는 올라갈수 있었는데 축제중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
아 빨리 산에 가고 싶다
-- 홀대모 --- 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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